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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사

의사커뮤니티에서 먼저 알려진 C형간염 집단 발생 사건

 

의사커뮤니티에서 먼저 알려진 C형간염 집단 발생 사건

의사가 사이트에 글 올리면서 공론화된 후 보건소에 제보

 

2015-11-21 청년의사 송수연 기자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C형간염 집단 감염 사건이 재사용된 주삿바늘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의료계도 경악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한 의사가 의료계 커뮤니티 사이트에 관련 내용을 올리면서 먼저 알려졌다.

 

지난 16일 의료계 커뮤니티 사이트에 서울의 모 의원에서 HCV(C형간염) 감염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의사라고 밝힌 A씨는 C형간염에 감염됐다는 검사 결과지도 확인했다며 동료 의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사실이라면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3일 뒤인 지난 19일 서울시 양천구보건소에는 신정동에 위치한 다나의원에서 C형간염이 집단으로 발생했다는 구체적인 제보가 접수됐다.

 

양천구보건소는 즉각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를 했고 역학조사관들이 다나의원에 파견돼 역학조사와 방역조치에 들어갔다.

 

질병관리본부는 20일 다나의원에서 C형간염 감염자 18명이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해당 의원을 다녀간 환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C형간염 감염자 18명 중에는 원장의 부인과 간호 인력 2명도 포함돼 있었다.

 

원장의 부인이 우연히 C형간염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의료진과 내원자들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한 결과 모두 양성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감염된 환자들 모두 해당 의원에서 수액주사(정맥주사)를 투여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재사용한 주삿바늘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C형간염은 혈액을 통해서만 전염된다는 점 때문에 의료계도 다나의원이 주삿바늘을 재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나의원 측도 일부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사회에 따르면 다나의원은 정맥주사를 통해 수액을 맞는 환자에게 영양제 성분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주사기를 재사용했다. 영양제 성분을 링거액을 연결한 줄에 넣는데 사용한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혈액을 통해서만 감염되는 C형간염이 ‘사이드 주사’ 때문에 집단 감염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초 C형간염 감염자의 혈흔이 묻은 주삿바늘을 재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내과 의원 원장은 “사이드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C형간염 환자에게 직접 닿지 않은 주사기로 수액에 비타민을 섞었다는 것만으로 C형간염에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최초 그 의원을 내원한 C형간염 환자도 수액을 맞았다면 그 환자를 찔렀던 주삿바늘을 사이드 주사기로 재사용했을 때는 감염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어떤 주사기든 재사용을 하면 안된다는 게 원칙이고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경우는 없다”며 “돈 몇 푼 아끼자고 재사용한 주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또 그로 인해 의사들이 도매금으로 넘어가게 생겼다”고 했다.

 

양천구에 개원하고 있는 한 원장은 “공기로 전염되는 결핵 환자가 다녀갔다고 하면 모를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며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가 나서서 해당 의원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개원의는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 다른 질환도 아니고 혈액으로 감염되는 C형간염이 의료기관에서 집단으로 발생하느냐”며 “이런 의사는 감싸기보다 의협이 나서서 징계를 내리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다나의원은 현장 보존과 추가적인 감염 방지를 위해 잠정 폐쇄됐다. 질병관리본부와 양천구보건소는 사실확인과 역학조사를 통해 다나의원의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법적 조치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청년의사]